2007. 9. 10. 19:06, 여행과 사진
체코의 수도, 프라하(Prague)는 그 도시의 아름다움으로도 유명하지만 특히 잘 보존된 옛 시가지가 인상적이었다. 동유럽의 대표적인 도시답게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도 많았고, 호객 행위도 꽤나 많아 번거롭긴 했지만 충분히 한번쯤 가볼 만한 멋진 곳이었다.
그 중에서도 흥미있게 보았던 것을 하나 꼽자면 바로 구 시가지 광장에 위치한 천문시계(오르로이, Orloj)를 들 수 있다. 다른 건축물들에 비해 색다른 것이기도 했고, 시계라는 기계에 관심이 큰 필자의 취향에도 잘 맞았다고 할까? 게다가 시계 자체도 보통 시계와는 다른 생김새의 천문시계- 그것도 시계탑에 설치된 거대한- 에 정시가 되면 창문이 열리고 사도의 인형이 나타난다는데, 괜한 호기심이 더 들었다.
프라하의 천문시계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무려 1410년에 만들어진 아주 유서깊은 것이라고 한다. 시계 장인인 카단의 미쿨라슈(Mikuláš of Kadaň)와 카를 대학의 교수 얀 신델(Jan Šindel)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시계에 얽힌 전설로 잘 알려진 하누슈(Hanuš)에 대한 이야기-이 시계를 만든 사람은 하누슈라는 사람인데, 그가 똑같은 시계를 다른 곳에서 다시 만드는 것을 두려워한 프라하 시에서 그의 눈을 멀게 해버렸다는- 는 거짓이라는 것. 1
물론 현재의 모습을 15세기에 이미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490년에 캘린더 다이얼과 고딕 조각이 더해졌고, 16세기 이래 자주 시계가 멈추었지만 그때마다 보수했고 1865-1866년간에는 사도들의 행진(The Walk of the Apostles)이라고 불리우는 움직이는 사도의 상이 추가되었다. 1870년에는 시계 아래쪽의 캘린더가 더해져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2차대전 때 불타 손상된 것을 1948년에 복구하고 1979년에 또 보수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두 개의 다이얼 중 상단의 것은 천문도 다이얼이다. 이 다이얼은 지구상에서 본 하늘을 나타내는데- 중앙의 푸른 원은 지구를, 그 위의 푸른 부분은 지평선 위의 하늘을, 그 아래의 붉고 검은 부분은 지평선 아래의 하늘을 나타낸다. 이 바탕 위에 태양과 달이 움직이는데, 낮에는 태양의 모양이 푸른 부분에 있다가 밤에는 검은 부분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지평선의 동쪽(다이얼의 왼쪽) 부분에는 AURORA(라틴어로 새벽), ORTUS(일출)이라는 문구가 씌어져 있고 지평선의 서쪽 부분에는 OCCASUS(일몰), CREPUSCULUM(황혼)이라는 문구가 씌어져 있다. 푸른 부분을 나누고 있는 황금색의 호들은 해가 떠 있는 시간을 12등분한 것을 나타낸다.
현재의 시간은 황금의 손이 가리키는 로마 알파벳을 보면 된다. 로마 알파벳의 바깥에 있는 숫자들은 옛 체코 시간을 나타낸다.
둥근 다이얼 속에 있는 또 하나의 다이얼은 황도 12궁을 나타내는 고리이다. 태양이 황도상의 어느 궁에 있는지 보여준다. 달을 나타내는 구는 밤하늘에 보이는 달의 모양(Lunar Phase)도 보여준다.
아래 쪽의 큰 다이얼은 달력이다. 12개의 원에는 각각 그 달에 해당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바깥 쪽의 흰 원형 부분에는 날짜가 씌어져 있다.
이 천문시계의 백미는 정각이 되면 창문이 열리고, 안에서 사도의 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걸 보기 위해 시간이 되면 관광객들이 꽤나 많이 몰리므로 조금 일찍 가서 자리를 잡아놓는 것이 좋다. 그런데, 사실 보고 나면 조금 허무하긴 하다. 기대만큼 뭐 대단한 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시계라는 물건은 묘한 매력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재가 언제인지 나타내주지 않는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으면서 돌아오진 않는 시간 말이다.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천문 시계는 우주의 모습까지 시계 다이얼 위에 담아냈다. 그것도 이 천문 시계는 전기나 반도체, 하다못해 진공관도 아닌 순수한 고전적인 의미의 기계만을 가지고 만들어냈다.
여기서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천문 시계에 관한 다른 블로거 분들의 포스팅을 읽다 보면 종종 등장하는 이야기가 이런 손목시계는 없느냐는 것이다. 아, 답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존재한다. 그것도 배터리나 반도체의 힘으로 구동되는 전자식 쿼츠 시계가 아니라 태엽을 감아서 돌아가는 기계식 시계로 말이다.
* 쿼츠(Quartz) 시계와 기계식 시계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필자가 작성해둔 글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퍼페추얼 캘린더는 물론 미닛 리피터(Minute repeater, 현재 시각을 소리로 알려주는 장치)에 뚜르비용(지구 중력에 의해 발생하는 오차를 보정하기 위한 장치)까지 탑재된 이 놀라운 시계의 밤하늘을 나타내는 다이얼은 달의 궤도와 달의 모양은 물론 은하수의 움직임까지도 표현해낸다.
위의 율리스 나르당의 시계들과 마찬가지로 전기의 힘을 이용하지 않은 기계식 수동 무브먼트이며, 눈에 띄는 시계의 뒷면은 정확한 하루의 길이인 23시간 56분 4.09초에 맞추어 움직이는 등 시각 및 천문을 확인하는 시계로서의 정확성도 대단히 높다. 항성일 기준 하루 오차는 0.088초, 태음일 기준 하루 오차는 0.05초라고 한다. 2
그야말로 우주를 담은 시계다.
그렇다면 이 시계의 가격은 얼마일까-
역시나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으로 무려 12억 원 정도라고 한다. (할 말이 없다.)
안타까운 소비자들을 위해 파텍 필립에서는 이 5002 모델의 저가형(?)으로 시계의 양면 중 밤하늘이 있는 쪽만 있는 5012 모델을 내놓았는데, 이건 1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미 할 말을 잃었다.)
화중지병, 그림의 떡- 아니, 그냥 말 그대로 모니터 속의 시계라고 해야 하나?
역시 기계식 천문 손목시계의 가격은 그야말로 안드로메다,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너머에 있다- (사실 이 시계들은 판매를 위해 만들었다기보다는, 이 정도 복잡시계도 만들 수 있다는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기계식 시계 자체가 원래 비싸고, 또 천문을 담을 수 있는 복잡한 시계들은 더더욱 비쌀 수 밖에 없긴 하다. 컴퓨터도 높은 스펙의 제품이 비싼 것처럼. 사실 이런 시계들을 찾는 사람도 극소수일테고. 태양이니 우주니 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나마 간단한 달의 모양을 나타내는 문 페이스(Moon Phase)만 달린 기계식 컴플리케이션 시계 중에서 그나마 싸고(?) 괜찮다는 것이 오리스(Oris)의 시계인데, 이것도 100만원 정도는 한다.
그렇다면 비싼 기계식 대신에 쿼츠로 만들면 가격이 좀 떨어질까?
그러한 질문에 부응하기 위해 나타난 쿼츠 천문 시계가 바로 시티즌(Citizen)의 아스트로데아(Astrodea) 시리즈다. 쿼츠 시계의 기술력이라면 세이코(Seiko)와 더불어 세계 최고를 다투는 회사이니만큼, 시계에 대한 신뢰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위 시계들의 가격은 47,250엔으로 우리 돈으로는 대략 40만원 정도이다. 앞서 보았던 기계식 천문 시계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저렴한 가격! 게다가 표시되는 하늘의 모습 역시 장관이다. 일본이 위치한 북위 35도를 기준으로 만든 시계인 만큼, 이 시계들이 나타내는 하늘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하늘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항성 1,056개, 성운 및 성단 169개를 포함하여 하늘에 보이는 천체들의 98.6%를 표시해낸다고 한다. 또한 황도를 표현하고 북극성, 일출, 일몰 시각도 알 수 있는 등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별자리판 역시 23시간 56분 4초를 하루로 하여 돌아가게끔 되어 정확성을 기했다(1개월에 20초 정도의 오차).
여기까지, 프라하의 천문시계에서 시작해 천문을 담아낸 손목시계까지 살펴 보았다.
시계라는 건 앞에서도 말했지만 참 흥미로운 물건이다. 거기에 담아낸 하늘과 해와 달, 멋지게 꾸민 장식들, 그리고 수백 년의 역사를 더해 더더욱 흥미로와진 오늘날의 명물- 프라하의 천문시계- 당연히 프라하 구 시가지 광장의 첫손꼽는 볼거리라고 하겠다.
글을 마무리하려고보니, 갑자기 천문 시계가 하나 갖고 싶어진다. (물론, 희망사항에 불과..)
그 중에서도 흥미있게 보았던 것을 하나 꼽자면 바로 구 시가지 광장에 위치한 천문시계(오르로이, Orloj)를 들 수 있다. 다른 건축물들에 비해 색다른 것이기도 했고, 시계라는 기계에 관심이 큰 필자의 취향에도 잘 맞았다고 할까? 게다가 시계 자체도 보통 시계와는 다른 생김새의 천문시계- 그것도 시계탑에 설치된 거대한- 에 정시가 되면 창문이 열리고 사도의 인형이 나타난다는데, 괜한 호기심이 더 들었다.
프라하의 천문시계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무려 1410년에 만들어진 아주 유서깊은 것이라고 한다. 시계 장인인 카단의 미쿨라슈(Mikuláš of Kadaň)와 카를 대학의 교수 얀 신델(Jan Šindel)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시계에 얽힌 전설로 잘 알려진 하누슈(Hanuš)에 대한 이야기-이 시계를 만든 사람은 하누슈라는 사람인데, 그가 똑같은 시계를 다른 곳에서 다시 만드는 것을 두려워한 프라하 시에서 그의 눈을 멀게 해버렸다는- 는 거짓이라는 것. 1
물론 현재의 모습을 15세기에 이미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490년에 캘린더 다이얼과 고딕 조각이 더해졌고, 16세기 이래 자주 시계가 멈추었지만 그때마다 보수했고 1865-1866년간에는 사도들의 행진(The Walk of the Apostles)이라고 불리우는 움직이는 사도의 상이 추가되었다. 1870년에는 시계 아래쪽의 캘린더가 더해져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2차대전 때 불타 손상된 것을 1948년에 복구하고 1979년에 또 보수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두 개의 다이얼 중 상단의 것은 천문도 다이얼이다. 이 다이얼은 지구상에서 본 하늘을 나타내는데- 중앙의 푸른 원은 지구를, 그 위의 푸른 부분은 지평선 위의 하늘을, 그 아래의 붉고 검은 부분은 지평선 아래의 하늘을 나타낸다. 이 바탕 위에 태양과 달이 움직이는데, 낮에는 태양의 모양이 푸른 부분에 있다가 밤에는 검은 부분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지평선의 동쪽(다이얼의 왼쪽) 부분에는 AURORA(라틴어로 새벽), ORTUS(일출)이라는 문구가 씌어져 있고 지평선의 서쪽 부분에는 OCCASUS(일몰), CREPUSCULUM(황혼)이라는 문구가 씌어져 있다. 푸른 부분을 나누고 있는 황금색의 호들은 해가 떠 있는 시간을 12등분한 것을 나타낸다.
현재의 시간은 황금의 손이 가리키는 로마 알파벳을 보면 된다. 로마 알파벳의 바깥에 있는 숫자들은 옛 체코 시간을 나타낸다.
둥근 다이얼 속에 있는 또 하나의 다이얼은 황도 12궁을 나타내는 고리이다. 태양이 황도상의 어느 궁에 있는지 보여준다. 달을 나타내는 구는 밤하늘에 보이는 달의 모양(Lunar Phase)도 보여준다.
아래 쪽의 큰 다이얼은 달력이다. 12개의 원에는 각각 그 달에 해당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바깥 쪽의 흰 원형 부분에는 날짜가 씌어져 있다.
이 천문시계의 백미는 정각이 되면 창문이 열리고, 안에서 사도의 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걸 보기 위해 시간이 되면 관광객들이 꽤나 많이 몰리므로 조금 일찍 가서 자리를 잡아놓는 것이 좋다. 그런데, 사실 보고 나면 조금 허무하긴 하다. 기대만큼 뭐 대단한 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시계라는 물건은 묘한 매력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재가 언제인지 나타내주지 않는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으면서 돌아오진 않는 시간 말이다.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천문 시계는 우주의 모습까지 시계 다이얼 위에 담아냈다. 그것도 이 천문 시계는 전기나 반도체, 하다못해 진공관도 아닌 순수한 고전적인 의미의 기계만을 가지고 만들어냈다.
여기서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천문 시계에 관한 다른 블로거 분들의 포스팅을 읽다 보면 종종 등장하는 이야기가 이런 손목시계는 없느냐는 것이다. 아, 답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존재한다. 그것도 배터리나 반도체의 힘으로 구동되는 전자식 쿼츠 시계가 아니라 태엽을 감아서 돌아가는 기계식 시계로 말이다.
* 쿼츠(Quartz) 시계와 기계식 시계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필자가 작성해둔 글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바로 이런 멋진 손목시계들도 있다. 특히 왼쪽의 시계는 프라하의 천문시계판과 대단히 비슷해보인다. 이 시계들은 모두 율리스 나르당(Ulysses Nardin) 제품으로, 왼쪽의 시계는 Astrolabium G. Galilei, 오른쪽의 시계는 Tellurium J. Kepler 한정판이다. 천문시계답게 갈릴레이나 케플러의 이름을 딴 것이 눈에 띈다. 이 시계들은 놀랍게도 쿼츠가 아니라 기계식이다. 시간이나 천문을 계산하는 데 IC칩이나 배터리 등 전기의 힘을 이용하지 않는다. 이 시계들이 사용하는 기계식 수동 무브먼트는 사람이 손으로 시계의 태엽을 감아, 그 힘으로 시계가 구동되는 방식이다. 이런 시계들을 차고 있으면 지구가 내 손에 들어온 느낌일까? Tellurium J. Kepler 한정판은 북극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바탕으로 태양과 달을 시계 위에 나타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도 반영해 달이 지구를 돌고, 달의 모습도 그에 맞게 변한다고 한다. 윤달을 감안해서 정확한 날짜를 나타내주는 퍼페추얼 캘린더(Perpetual calendar) 정도는 기본이다.
이 멋진 시계들에도 엄청난(!) 단점이 있으니, 바로 가격이다. 손목시계 주제에 무려 1억이 넘는다. 율리스 나르당이라는 브랜드와 천문 시계라는 아주 복잡한 기계식 시계라는 걸 감안해도 '시계'의 가격으로는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가격.
하지만 여기에서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퍼페추얼 캘린더는 물론 미닛 리피터(Minute repeater, 현재 시각을 소리로 알려주는 장치)에 뚜르비용(지구 중력에 의해 발생하는 오차를 보정하기 위한 장치)까지 탑재된 이 놀라운 시계의 밤하늘을 나타내는 다이얼은 달의 궤도와 달의 모양은 물론 은하수의 움직임까지도 표현해낸다.
위의 율리스 나르당의 시계들과 마찬가지로 전기의 힘을 이용하지 않은 기계식 수동 무브먼트이며, 눈에 띄는 시계의 뒷면은 정확한 하루의 길이인 23시간 56분 4.09초에 맞추어 움직이는 등 시각 및 천문을 확인하는 시계로서의 정확성도 대단히 높다. 항성일 기준 하루 오차는 0.088초, 태음일 기준 하루 오차는 0.05초라고 한다. 2
그야말로 우주를 담은 시계다.
그렇다면 이 시계의 가격은 얼마일까-
역시나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으로 무려 12억 원 정도라고 한다. (할 말이 없다.)
안타까운 소비자들을 위해 파텍 필립에서는 이 5002 모델의 저가형(?)으로 시계의 양면 중 밤하늘이 있는 쪽만 있는 5012 모델을 내놓았는데, 이건 1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미 할 말을 잃었다.)
화중지병, 그림의 떡- 아니, 그냥 말 그대로 모니터 속의 시계라고 해야 하나?
역시 기계식 천문 손목시계의 가격은 그야말로 안드로메다,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너머에 있다- (사실 이 시계들은 판매를 위해 만들었다기보다는, 이 정도 복잡시계도 만들 수 있다는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기계식 시계 자체가 원래 비싸고, 또 천문을 담을 수 있는 복잡한 시계들은 더더욱 비쌀 수 밖에 없긴 하다. 컴퓨터도 높은 스펙의 제품이 비싼 것처럼. 사실 이런 시계들을 찾는 사람도 극소수일테고. 태양이니 우주니 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나마 간단한 달의 모양을 나타내는 문 페이스(Moon Phase)만 달린 기계식 컴플리케이션 시계 중에서 그나마 싸고(?) 괜찮다는 것이 오리스(Oris)의 시계인데, 이것도 100만원 정도는 한다.
그렇다면 비싼 기계식 대신에 쿼츠로 만들면 가격이 좀 떨어질까?
그러한 질문에 부응하기 위해 나타난 쿼츠 천문 시계가 바로 시티즌(Citizen)의 아스트로데아(Astrodea) 시리즈다. 쿼츠 시계의 기술력이라면 세이코(Seiko)와 더불어 세계 최고를 다투는 회사이니만큼, 시계에 대한 신뢰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위 시계들의 가격은 47,250엔으로 우리 돈으로는 대략 40만원 정도이다. 앞서 보았던 기계식 천문 시계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저렴한 가격! 게다가 표시되는 하늘의 모습 역시 장관이다. 일본이 위치한 북위 35도를 기준으로 만든 시계인 만큼, 이 시계들이 나타내는 하늘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하늘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항성 1,056개, 성운 및 성단 169개를 포함하여 하늘에 보이는 천체들의 98.6%를 표시해낸다고 한다. 또한 황도를 표현하고 북극성, 일출, 일몰 시각도 알 수 있는 등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별자리판 역시 23시간 56분 4초를 하루로 하여 돌아가게끔 되어 정확성을 기했다(1개월에 20초 정도의 오차).
여기까지, 프라하의 천문시계에서 시작해 천문을 담아낸 손목시계까지 살펴 보았다.
시계라는 건 앞에서도 말했지만 참 흥미로운 물건이다. 거기에 담아낸 하늘과 해와 달, 멋지게 꾸민 장식들, 그리고 수백 년의 역사를 더해 더더욱 흥미로와진 오늘날의 명물- 프라하의 천문시계- 당연히 프라하 구 시가지 광장의 첫손꼽는 볼거리라고 하겠다.
글을 마무리하려고보니, 갑자기 천문 시계가 하나 갖고 싶어진다. (물론, 희망사항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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