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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 다작, 다상량에 대하여
내가 글을 못 쓰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 쓰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왜냐면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글을 쓰려고 하면 막막함이 물밀듯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쩌다보니 '글쓰기 노하우'에 관한 글을 하나 쓸 일이 생겨 새삼 글쓰기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것, 또 가장 흔히 거론되는 것은 구양수(歐陽修)가 말하였던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삼다(三多)는 그가 태어난 지 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글쓰기의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생각되고 있으니, 새삼 참 훌륭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저 뭐든지 많이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많이 읽더라도 잘 씌어진 좋은 글을 읽고, 많이 생각하더라도 객관적,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많이 쓰더라도 세심히 고쳐 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작하기에 앞서 다독과 다상량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다독하고, 다작하며, 다상량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물론 충분이야 하겠지만, 더욱 효과적인 글쓰기의 지름길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이란 언어를 통해 머릿속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어라는 매개체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읽고, 생각하고, 쓰는 것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이런 내 생각에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책을 찾게 되었다.

그저 수굿하고 다독 다작 다상량하면 그만이라고 하던 시대도 있었다. 지금도 생이지지하는 천재라면 오히려 삼다의 방법까지도 필요치 않다. 그러나 배워야 하는 일반에게 있어서는, 더욱 심리나 행동이나 모든 표현이 기술화하는 현대인에게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과학적인 견해와 이론, 즉 작법이 천재에 접근하는 유일한 방도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태준, 『문장강화』, 필맥, 2008, 17p.

위의 인용문은 반세기도 더 전에 씌어진 글이지만, 지금도 꾸준히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추천되는 책, 이태준(1904~?)의 『문장강화』의 한 부분이다. (출판사에서 붙인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자면) 이 책에는 글을 쓰려는 사람의 태도에서부터 낱말의 선택, 문장의 구성, 글을 쓸 때 주의할 점, 글맛을 내는 법, 글의 목적에 따른 문체의 선택, 퇴고의 요령 등 글쓰기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다독하고 다상량한 후, 이 책을 읽고 어느 정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다작하지 않고도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앞서 말했던 것처럼, 다독하고 다상량하더라도 좋은 글을 가려 읽고, 논리적으로 생각해야겠지만. (그리고 이 책과 비슷한 내용의 책도 더러 있으니, 그걸 보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괜찮아 보였던 책을 하나만 꼽아 보자면, 윤호병 저 『효과적인 글쓰기 : 이론과 실제』(국학자료원, 2008)을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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