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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쿼츠 시계와 기계식 시계에 대한 정리 및 설명

Automatic Movement
 시계는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표현해낼까? 시계가 작동되는 원리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시계의 무브먼트(Movement)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아마 사람들에게 시계가 어떻게 작동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시계 안의 건전지와 전자 회로 덕분이라는 대답을 흔히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 대답은 맞는 대답일까?

 또, 만일 시계를 사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이나 시계 매장을 찾는다면 어떤 것은 쿼츠이니, 어떤 것은 오토매틱이니하는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시계의 무브먼트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시계는 건전지만 있으면 알아서 가는 것 아닌가?" 하고 반문할 지 모른다.

 위에서의 사람들의 대답은 '반만 맞는' 대답이다. 일상에서 보는 시계의 대부분은 건전지의 힘으로 작동되는 전자식 시계지만, 전력(Electric-)을 필요로 하지 않는 기계식 시계들이 있기 때문이다. 즉, 시계는 크게 (작동 방식에 따라) 전자식 시계와 기계식 시계로 나뉜다는 것.

 그렇다면, 이에 대해서 정리해보도록 하자.

 I. 전자식 쿼츠(Quartz) 시계의 작동 원리

 흔히 볼 수 있는 전자식 시계를 쿼츠 시계라고 부른다. 정확히 말하면,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가 되겠다. 쿼츠란 수정(Crystal)을 뜻하는 단어다. 쿼츠는 석영을 뜻하기도 하는데, 석영에서 수정을 만들어내어 사용하므로 시계에서의 쿼츠는 수정을 뜻하는 셈이다.

 전자식 시계를 쿼츠(수정) 시계라고 부르는 데에는 바로 그 작동 원리가 수정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얇은 수정판에 전극을 붙이고(수정진동자) 교류전압을 가하면 압전기 현상에 의해 수정판이 진동하게 되고, 여기에 전자 회로를 붙여 진동을 유지한다(수정발진자). 이 수정발진자(혹은 수정발진기)의 진동수는 보통 1초에 무려 3만 번을 넘는데(32,768HZ), 이 진동을 집적 회로에서 초당 1회의 신호로 변환하게 된다.

 이 집적 회로에서 나온 초당 1회의 신호가 스테핑 모터(Stepping Motor)로 전달되어 시계의 침들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갖춘 시계에선 스테핑 모터 없이 고밀도의 집적 회로에서 바로 시각을 디스플레이 상에 표시하게 된다.

Armani Watch - Genuine and Fake Movement

쿼츠 무브먼트는 구성이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사진은 DCINSIDE 시계 갤러리에서 내려받은 것(원작자를 알 수 없으나 사진 감사합니다)으로, 한 쪽은 가짜 아르마니 시계의 쿼츠 무브먼트, 한 쪽은 진짜 아르마니 시계의 쿼츠 무브먼트 사진이다. Miyota 무브먼트.


II. 기계식(Mechanical) 시계의 작동 원리

 기계식 시계는 전자식 시계가 등장하기 아주 오래 전부터 사용되고 있는 시계이다. 즉, 전력이나 전자 회로가 등장하기 이전 시대의 것. 당연히 기계식 시계는 전기의 힘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계가 돌아가는가?

 기계식 시계는 메인스프링(Mainspring)의 힘에 의해 움직인다. 메인스프링이 감겼다가 풀리는 힘과 헤어스프링(Hairspring, 밸런스 스프링이라고도 한다)의 탄성에 의해 밸런스 휠(Balance wheel)이 좌우로 매우 빠른 속도로 진동하게 되는데, 바로 이 진동이 시계를 돌리게 된다. 시계 태엽을 감는다는 것은 바로 이 메인스프링을 두고 하는 말이다.
ORIS, Automatic Movement

오리스(ORIS)의 자동 무브먼트를 사용한 시계 뒷부분


 쿼츠 무브먼트들이 초당 3만 번이 넘는 엄청난 진동수를 가지는 반면, 기계식 무브먼트들은 보통 초당 8회(시간당 28,800회)나 초당 6회(21,600회) 정도의 밸런스 휠의 진동수를 가진다. 기계식이니만큼 전자식과는 애시당초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으나, 기계 부품들이 매일같이 한시도 빼놓지 않고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만해도 대단하긴 하다.

III. 기계식 시계 - 자동 시계와 수동 시계

 기계식 시계는 다시 자동(Automatic) 시계와 수동(Manual) 시계로 나뉜다. 이것은 기계식 시계의 동력원을 자동으로 얻느냐, 수동으로 얻느냐에 따른 구별이다.

 즉 오토매틱 시계는 말마따나 자동으로 메인스프링에 동력이 공급되는 방식인데, 착용자가
NOMOS, TANGENTE

NOMOS, TANGENTE

시계를 착용한 채로 움직이다보면 그 움직이는 힘과 지구의 중력에 의해 무브먼트의 로터(rotor)가 돌아가게 되고, 이 로터의 무게가 스프링을 감게 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제 아무리 오토매틱 시계라도 안 차고 놓아 둔다면 시계가 멈추게 된다. (시계를 자동으로 감아주는 와인더가 있다면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스스로 감기는 이 특성 때문에, 오토매틱 시계는 셀프 와인딩(Self-Winding) 시계라고도 불리운다.

 반면, 수동 시계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용두(Crown)를 돌려서 메인스프링을 감겨주어야 함을 뜻한다. 당연히 로터도 없다. 사람의 손으로 감긴다는 뜻에서, 핸드 와인딩(Hand-Winding, 감기는 것이 아니라 감겨지는 것이므로 wind의 과거분사형인 Hand-Wound, 혹은 Hand Wind-up 등으로도 불린다.) 시계라고도 불리운다.

Panerai

파네라이(Panerai)의 수동 무브먼트를 사용한 시계 뒷부분


IV. 시계의 작동 시간

 그럼 기계식 시계는 한 번 감아주면 얼마나 오래 가는가?

 보통 기계식 시계의 파워 리저브(Power Reserve)는 38시간에서 44시간 정도인데- 물론 비싼 시계들 중에서는 며칠을 가는 것들도 있다- 자동 시계는 착용하다 보면 저절로 감기는 특성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신경을 적게 써 줘도 되겠지만, 수동 시계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시계에 밥 주는 습관이 필요할 것이다. 정확한 시각을 표시해 주어야할 시계가 잠자고 있다면 난감하지 않은가.

 자동차에서 연료가 얼마나 남았는지 계기판이 보여주듯, 기계식 시계에선 시계의 다이얼(Dial, 시계판) 등에 파워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보여주는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Indicator)가 달려있는 것들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그냥 파워 리저브 기능이라고 줄여서 부르고 있긴 하다.

 전자식 쿼츠 무브먼트의 시계들이야 당연히 배터리가 버티는 한 계속 구동되니, 몇 년 동안은 그냥 가만히 놓아두어도 잘 간다. 태양 전지판이 달려있는 시계들이라든가, 시티즌(Citizen)의 에코 드라이브(Echo Drive), 세이코(Seiko)의 키네틱(Kinetic) 무브먼트 등은 스스로 전력을 충전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V. 쿼츠 시계, 기계식 시계의 성능 및 오차

 아무래도 시계를 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얼마나 정확한가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전자식인 쿼츠 시계가 훨씬 더 정확할 수 밖에 없다. 초당 3만 번이 넘게 진동하는 수정발진자-그 신호를 다시 1초에 1번으로 변환하는 전자 회로와 1초에 6회, 8회 진동하는 기계식 시계의 밸런스 휠은 이미 비교 대상이 못 된다. 1초에 10회 진동하는 기계식 무브먼트도 있긴 하지만(Zenith의 El Primero), 그래봤자 쿼츠에겐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실 기계식 무브먼트에서 초당 8회(시간당 28,800회) 움직이는 무브먼트면 하이 비트(High Beat) 소리를 듣는데다, 진동수가 높을수록 부품의 마모 문제라든가 시계의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통설이다. 안정성에 있어서도 쿼츠 시계가 압도적이다.

 기계식 시계들은 아무래도 부품의 마모 방지에 좀 더 신경을 쓰는 편이라, 보석(Jewel)을 꽤 사용한다. 흔히 루비(Ruby)를 사용하는데, 17석이니 25석이니 하는 것들은 다 보석의 갯수를 뜻한다. 쿼츠 무브먼트들은 별로 보석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보석이 있을 법한 고급 브랜드에서 나온 쿼츠 무브먼트들도 보석은 6석 정도인 경우도 있다. 보석이 베어링 역할을 하는 셈이다(Jewel Bearing).

 한 달 내내 쿼츠 시계를 차도 오차래봤자 보통 10초 정도겠지만, 기계식 시계는 하루에 10초의 오차가 나는 것도 많다. 널리 쓰이는 범용 무브먼트인 ETA 2824나 그와 비슷한 급의 세이코의 6R15 같은 무브먼트들의 하루 오차 허용 범위가 30초 정도이니 말이다. 기계식 시계 중에서도 아주 우수한 정확도를 가져 COSC(Controle Official Suisse des Chronometers)에서 그 정밀성을 보장한 크로노미터(Chronometer) 인증 무브먼트라는 것들도 하루 평균 오차가 -4~+6초다. 기계식 시계에서 오차를 더 줄이기 위한 각종 방법이나 장치들도 더 있으나, 그것은 이 글에서 다룰 범위가 아닌 듯 싶어 생략한다.
 

 대강 여기까지, 전자식 쿼츠 시계와 기계식 시계의 무브먼트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외에도 짚을 만한 내용은 조금 더 있다.

 쿼츠 시계가 그럴 가능성은 낮긴 하지만 건전지의 누액을 조심해야한다는 것이라든가, 기계식 시계는 3~5년에 한 번쯤은 돈을 들여서 분해소지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 등의 관리상의 주의점 정도.
 그리고 기계식 무브먼트 시계들의 경우 무브먼트를 예쁘게 꾸며서(Cosmetic Finishing, 사실 무브먼트를 꾸미는 건 비싼 무브먼트에서나 하는 일이다) 시스루백(See Through Back)을 통해 시계가 구동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들이 있다는 것도 있겠다. 페를라쥬이니 제네바 스트라이프이니하는데, 그런 것들을 제대로 무브먼트에 베푼다면, 그 시계 꽤 비싸다는 뜻.

 쿼츠 시계가 그 작동 원리상 1초에 1번 초침이 움직인다면, 기계식 시계는 밸런스 휠의 진동과 함께 계속 초침이 물흐르듯 움직인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쿼츠 시계임에도 초침이 기계식처럼 움직이는 것도 있긴 하다.)

 어쩌면, 사실 이 모든 것들보다도 시계의 구매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가격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기계식 무브먼트의 시계가 보통 비싸다. 시계의 특성상 아무래도 다른 제품들에 비해 브랜드에 따라 시계의 가치나 성능이 달라지는 편인데, 소위 고급 브랜드일수록 기계식 무브먼트를 더 잘 만들거나 같은 무브먼트라도 수정을 더 잘해서 쓰고, 같은 브랜드의 같은 모양의 시계라도 기계식 무브먼트를 쓴 쪽이 쿼츠보다 좀 더 비싸다. 소위 명품이니 훌륭한 시계니 하는 소리를 듣는 것들은 기계식 시계다. 물론 제품이나 브랜드별 차이가 있으니, 이 부분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앞에서 보았듯 값싸고 정확하며, 대량 생산이 가능한 무브먼트 덕분에 소위 쿼츠 혁명 이래 전 세계인의 대부분의 시계가 쿼츠 시계가 되었다. 하지만 그 20세기 중후반 일본의 세이코 등에 의해 불어닥쳤던 쿼츠 혁명(혹은 쿼츠 쇼크) 속에서도, 비록 수많은 스위스의 기계식 시계 회사들이 문을 닫았지만, 기계식 시계의 명맥은 여전히 내려오고 있다.

 글을 맺으며- 쿼츠가 좋을까, 기계식이 좋을까, 또 자동 혹은 수동이 좋을까- 뭐가 좋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 역시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까.


* 제가 다른 곳에 한번 올렸던 글을 새롭게 가다듬고, 또 여러 국내외 시계 커뮤니티의 글 및 온라인 백과사전 등을 참고하여 살을 붙이고 다듬었습니다.
* 사진 출처 표기 (제일 위부터 순서대로)
- Flickr MicMacPics1, 디씨인사이드 시계 갤러리, Flickr Henryk, NOMOS, Flickr VivaAntart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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