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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디아 - 크레용 연필 (Rhodia, Crayons à papier)
로디아(Rhodia)는 독특한 오렌지 색의 메모 패드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문구 제조 브랜드이다. 1934년에 시작[각주:1]되어, 그때부터 계속 우수한 품질의 종이를 사용한 메모 패드 등을 만들어왔는데 유일하게 필기구로는 연필을 판매하고 있다.

마침 로디아의 메모 패드를 쓰고 있기도 해서, 연필은 어떤가 해서 구입해 보았다. 무엇보다도 디자인이 깔끔하면서도 매끈했기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나처럼 요즘 세상에도 연필을 주로 쓰는 필기구로 하는 사람이라면 구미가 당기기 마련이랄까.

이 연필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이다. 눈에 확 띌 만큼 밝은 오렌지 색에, 로디아 로고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씌어진 게 없다. 색상도 오렌지 색과 검정색 밖에 없다. 깎아내도 안쪽은 검은색으로 칠해진 나무고, 지우개도 검정 지우개다.

바코드라든가 심경도, 원산지 등을 연필에 적어놓지 않아 시원한 느낌까지 든다. 로디아의 두 가지 색상인 오렌지와 검정만을
사용한 만큼, 다른 로디아의 제품들-연필꽂이나 메모패드 등-과도 잘 어울린다.

육각형의 연필이 아니라, 파버 카스텔의 그립 2001처럼 부드러운 삼각형으로 깎여져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조금 더 잡기 편하다. 아무래도 육각형보다는 삼각형이, 삼각형보다는 원형 연필이 제조원가가 많이 드는 만큼 제법 신경 쓴 연필이라는 테는 난다 하겠다.

아무래도, 연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씌어지느냐하는 것일텐데- 일단 그런대로 잘 써진다. 심경도는 HB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HB보다는 진한 대략 B를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심이 잘 닳는 편은 아니다. 잘 안 닳는다는 파버 카스텔 연필들을 주로 사용하는 필자의 느낌 상으로는. 하지만 파버 카스텔의 심들만큼 단단하지는 않아 보인다. 낙하 실험(?)에서는 파버 카스텔 9000에 비해 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써진다기 보다는 약간 단단하게 써지는 느낌이다.

지우개는 그런 저런 지우개다. 연필 뒤에 붙는 지우개에 그리 많은 걸 기대하면 안되니까.

아, 몸통의 재질은 흑단나무로 되어 있는데 덕분에 뭐랄까, 좀 더 단단하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하나? 무른 느낌의 재질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손수 깎아 보면, 칼날이 부드럽게 잘 들어간다. 깎는 손맛(?)은 다른 연필들에 비하면 꽤 좋은 느낌. 심도 잘 깎인다. 다만 깎을 때, 몸통의 재질이 매끄럽다보니 연필깎이에 넣었을 때, 닿는 부분에 흑연가루가 묻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실 가장 중요한) 가격은?

판매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략 1개에 1,500~1,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연필 한 자루 치고는 꽤나 비싼 셈이다. 그럼 그만큼 괜찮은 연필인가?

글쎄, 내 생각은 부정적이다. 연필 심의 질이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지도 않은 듯- 쓰다 보면 가끔씩 뭔가 불순물이 있는 흑연이 종이에 닿는 그런 이질적인 거친 촉감이 느껴지는 일이 있다. 그리고 그런대로 잘 써지고 또 잘 안닳기도 하지만, 1,500원 이상을 받을 만큼의 연필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하다못해 사소한 것이긴 해도, 연필의 세 면에 씌어져 있는 로디아 로고는 프린팅이 각 면마다 위치가 삐뚤거나 깨끗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여튼 결론적으로 마무리하자면, 이 로디아 연필은 특히 디자인이 아주 눈에 띄는 연필이다. 깔끔하면서도 매끈한- 군더더기가 없다. 연필 한 자루 한 자루가 개별 비닐 포장되어 나오는 제품이기도 하니, 연필 치고는 비싼 연필답다. (연필 몸통에 바코드 등을 프린팅하지 않기 위해 개별 포장을 한 것일까?)

하지만 순수하게 필기도구로서의 성능을 따지자면 그 값만 못하다고 본다. 그런대로 괜찮은 연필임에는 틀림없지만, 1,500원~1,800원이라는 가격 속에는 디자인과 로디아라는 브랜드 가치의 비중이 제법 있는 셈이다. 로디아의 메모 패드나 노트와는 딱 어울리는 디자인이기도 하고.

덧- 크레용이라는 이름처럼 연필에서 약하게나마 크레용 냄새가 느껴진다. 겉을 모두 색칠한 연필이라 그런가? 그러고보면 크레용이라는 이름보다는 그냥 <로디아 연필>로만 알려진 것 같긴 하지만.
  1. http://www.bloc-rhodia.fr/Since-1934/Since-1934.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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