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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새삼 어렵다고 느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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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고 할까? photo by onnufry ttp://www.flickr.com/photos/onnufry/450694620

 나는 성격이 내성적이라 말수가 썩 많지 않은 편이다. 특히 뭐랄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더 진중(重)해져가는 느낌이라 옛날보다 더 그런 것 같다. (사실 대학 신입생 때만 해도 참 사람됨이 가벼웠다- 지금도 글쎄?)

 그러다보니 그리 편하지 않은 상대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은 거의 없고 특히 성격상 불필요한 말은 아예 하지도 않고 할 생각도 없는 편인데 이 덕분에 오해를 살 일을 가끔 만드는 편이다. 때로는 상대방이 듣기에는 꼭 필요한 말인데도 생략해버리기도 하고. 이런 오해가 곱씹어둘만큼 영향이 컸던 건 거의 한 두 해에 한 번 정도는 일어나는 것 같다. 글쎄, 한 두 해에 한 번이라고 치면 아주 가끔씩이라지만 기억엔 왠지 잘 떠오른다.

 돌이켜보자면 역시 내 잘못이 큰데, 그 상당수는 생각은 했지만 '말을 안해서' 생긴 문제다. 한 마디로 커뮤니케이션, 대화의 문제다.

 예를 들어, 상대방에겐 좀 미안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당연히 말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면- 내 문제점은 말하기 어려운 상대에겐 미안한 마음이나 배려는 (있다면) 마음 속에만 넣어두고, 정작 말을 할 때에는 그걸 꺼내지 못하고 내가 필요한 말만 하고 만다는 것이다. 아니면 말을 하더라도 혼자 생각하는 사이 타이밍을 놓쳐버려 늦게 말한다거나.

 자세히 쓰자면 이 문제는 이제까지의 경험으로는 항상 나이가 많으신 분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났는데, 그러잖아도 내가 말수가 적은데 연세도 많아 대하기도 어려운 분들이니- 먼저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이 아니라면 나 혼자서 끙끙 앓다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어떻게 해달라는 말을 꺼낸다. 그러다보니 내가 마음 고생을 했다 하더라도 그건 오히려 상대방에게는 '앞뒤 잘라먹고 뜬금없이 자기 생각만 하는 괘씸한, 혹은 이기적인' 이라는 악명을 사게 된다.
 
 말하는 데 부담이 없는 상대라면 당연히 이런 문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앞서 말했듯 대하기 어려운 분들이 정말 대하기 어렵달까. 다행히 배려심이 크신 분들이시라면 처음엔 혹 화를 내시더라도 '앞뒤 잘라먹은' 이야기의 '앞뒤' 이야기를 들으시고 오해가 있었지만(욕은 먹더라도라고 해야 하나?) 내가 원했던 결과를 얻어내게 된다. 얼마 전의 일이 그랬다. 다행히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아졌지만, 덕분에 나는 다시 한 번 내 대화 방식이나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다 며칠 전, 다니고 있는 독서실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옆의 게시판을 우연히 보았는데 '대화의 십계명'이던가? 대화에 있어서 유념해야 할 점들을 적어놓은 종이가 있었다. 그걸 보면서 아-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예전에도 그런 류의 글을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대충 그렇겠지하는 수준이었고, (1학년 때, 대학국어 시간에 제출한 '설득의 심리학' 독후감은 솔직히 말하자면 인터넷에서 긁은 걸 짜집기한 것이었음을 이제서야 고백한다) 정말 마음에 와 닿게 읽은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읽다 보니 딱 맞는 말 같지 뭔가.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이라기보다는, 내 성격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 글의 시작하면서도 썼지만- 대화 방식이나 대화 상대방을 대하는 마음가짐 같은 수준이라면 다른 많은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그런 문제가 나타나기 마련인데, 말을 편히 할 수 있는 상대에게는 차근차근 할 말 다 하니 말이다. 괜히 대하기 어려운 분들께는 긴장해서나 쑥쓰럽거나 해서 앞뒤 잘라먹고 할 말만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었으니 그런 문제가 생겼다 하겠다.

 물론 성격이 바뀌진 않겠지만, 최소한 앞으로는 그러지 않게끔 조심하고 또 되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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