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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안지(龍安寺)의 돌 정원, 교토
료안지의 돌 정원. Photo by Lawlite
 일본 교토(京都)의 료안지(竜安寺, 龍安寺)의 돌로 된 정원. 킨카쿠지(金閣寺)와 함께 일본사 관련 교양 서적들에서 흔히 이 곳의 사진을 찾아볼 수 있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돌과 모래로 산수(山水)를 표현했다는데, 그 느낌이 어떤지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정원이라는 공간을 좋아하기도 하고-

료안지, 킨카쿠지의 위치(교토 북쪽)
 다행히 료안지는 교토에서 가장 가 보고 싶은 곳이었던 킨카쿠지의 근처에 있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고등학생 시절 이름을 몇 번 들었던 리츠메이칸(立命館) 대학도 보인다. 괜히 약간이나마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고등학교 때의 생각이 나기 때문일까.

 료안지에 대해 짚어보면, 1450년에 창건된 유서가 깊은 절로 선종(禪宗)의 임제종(臨濟宗)에 속한다. 오닌(應仁)의 난으로 전국시대(戰國時代)의 문을 연 호소카와 카츠모토(細川勝元, 1430-1473)에 의해 창건되어 석가 여래를 모시는 이 절은, 전란의 세월을 거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6-1598)와 도쿠가와 막부(德川幕府)에 의해 보호받았으며 1994년에는 UNESCO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쿄요치(鏡容池, きょうようち)
 료안지 경내로 접어들면 쿄요치(鏡容池, きょうようち)라는 큰 연못이 있다. 제법 호수의 정취가 나는 이 연못의 이름은 얼굴을 비추어보는 연못이라는 뜻이다. 연못 주변으로 산책로가 나 있어 제법 산책하기에 괜찮았다. 쿄요치는 과연 그 이름답게 연못의 수면에 주변 경관이 고스란히 담겨 난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드디어 기대했던 방장 정원(方丈 庭園)- 료안지의 돌로 된 정원으로 잘 알려진- 을 대면하게 되었다. 15세기 말에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이 정원은 물을 사용하지 않고 산수를 나타내는 카레산스이(枯山水) 양식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30미터x10미터 정도의 공간에 정갈하게 깔린 모래는 물을, 돌은 섬을 나타낸다. 이 곳에는 총 15개의 돌이 있는데, 이 돌들엔 '어디서 보든지 15개를 한 번에 다 볼 수는 없다'라는 풍문이 서려 있다. 보이지 않는 하나의 돌은 마음으로 보아라- 라는 불교의 지혜가 드러난 것이라고도 하고, 혹은 15개나 되는 돌을 놓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나쯤 안보이게 된, 즉 의도하지 않은 배치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돌들이 모두 보이는 곳도 한 군데 존재한다. 직접 찾아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물론,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곳이 그 곳일 확률이 높지만.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도 일본을 방문하였을 때 이 돌 정원을 보고 싶어해, 와서 본 후에 감탄했다고 하는데 글쎄- 난 그렇게 큰 감흥이 없었다. 호기심이 풀렸다는 만족감은 있었지만, 아무래도 료안지에 오기 직전에 그 멋진 킨카쿠지를 보고 와서 그런가? 료안지를 먼저 보고 다음에 킨카쿠지를 봤다면 어땠을런지. 또 하나, 조용히 즐겨야할 이 정원을 북적이는 관광객들과 함께 하니 그 멋이 줄어버린 것도 한 몫 했겠다. 이쯤에서 글을 마무리하자면,

 금각이 한 폭의 화려한 수채화라면, 료안지의 돌 정원은 한 폭의 담백한 수묵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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