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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랄다 탑 (Torre de la Giralda, Sevilla, Spain)
히랄다 탑 (Torre de la Giralda)

히랄다 탑 (Torre de la Giralda)

 세비야(Sevilla)의 상징인 히랄다(Giralda) 탑이다.

 히랄다 탑은 세비야 대성당에 붙어 있는 종탑인데, 원래는 모스크(mosque)의 첨탑(미나렛, minaret)이었다. 이 탑은 12세기에 알모하드(Almohad, 알 무와히둔Al-Muwahhidun) 왕조에 의해 세워졌기 때문인데, '무적함대(Armada)'로 유명한 에스파냐의 절대군주인 펠리페 2세(Felipe II) 때인 1568년에 와서야 종루와 꼭대기에 풍향계가 설치되어 현재의 모습과 이름을 갖추게 되었다- 풍향계(스페인어로 '히랄다')가 있는 탑이라 해서 '히랄다' 탑이라 불리워지게 되었다고 한다.

 히랄다 탑은 KOEI의 게임 '대항해시대 3'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히랄다 탑이 있는 세비야('대항해시대 2'에서는 세빌리아로 표기)라는 도시도 역시 대항해시대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었고. 황금의 탑(Torre del Oro)에 대한 포스팅에서도 썼었지만, 세비야나 히랄다 탑은 대항해시대를 즐겨 했던 나로서는 꽤 기대감에 설레는 곳 중 하나였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선 가장 먼저 히랄다 탑을 보러 가는게 당연한 순서였다.

 찾아가기가 쉽다면 쉬웠고, 어렵다면 어려웠다. 쉽다면 세비야의 구 시가지가 그다지 넓지 않기 때문이고, 어렵다면 그게 미로같기 때문이다. 세비야 대학(Universidad de Sevilla) 등 커다란 시설들이 있는 남쪽에서 찾아갔다면 큰 길을 따라 쉽게 갈 수 있었을텐데, 나는 숙소가 히랄다 탑에서 보면 북서쪽에 있었기 때문에- 길을 조금 잘못 들어섰더니 히랄다 탑 북쪽의 오래된 건물들로 가득찬 좁은 길들을 헤맸었다.

Google Maps에서 본 히랄다 탑(화살표) 주변의 모습

 그래도 길은 다 통하는 법이라고, 세비야 대성당에 도착했다. 세비야 대성당도 웅장한 크기하며 멋진 내부에, 컬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1446?-1506)의 묘 등을 비롯해 볼거리가 많으나 이 글은 히랄다 탑에 대한 글이므로 그에 대해선 생략. 세비야 대성당을 거쳐 드디어 대망의 히랄다 탑에 들어가 오르기 시작했다.
히랄다 탑의 내부

히랄다 탑의 내부

 특이하게도 히랄다 탑 내부에는 계단이 없다. 왜냐면 무에진(muezzin, 이슬람 교에서 예배 시간임을 외쳐 알리는 사람)이 말을 타고 바로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몇몇 책에서는 왕이 말을 타고 탑 위까지 올라가게끔 하기 위해서라고 소개되고 있는데, 히랄다 탑이 처음에는 미나렛[각주:1]이었음을 생각하면 그 이야기는 잘못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히랄다 탑이 꽤 높다는 것이다. 아니, 높다기 보다는 내부가 계단이 없이 낮은 각도로 돌아가며 오르게 되어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겠지만, 일단 이런 통로를 대략 30여개 이상 올라가야 한다. 위 사진에서 창 위를 보면 2라는 숫자가 씌어져 있는데, 33번까지 저런 번호가 매겨져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마디로 생각보다 많이 걷는다. 그리고 마침내 대망의 종루-

히랄다 탑 위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세비야의 전경. 바로 아래의 건물은 세비야 대성당이다.

 탁 트인 세비야의 모습이 시원하다. 더운 날씨에 높은 곳에 올라 맞는 바람은 더더욱 시원하고. 저 옛날, 세비야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었던 대항해시대- 15, 16세기의 사람들은 이 탑에 올라 세비야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예나 지금이나 시원한 바람만큼은 그대로겠지만.
  1. 이슬람 교에서는 무에진이 하루에 다섯 번씩 모스크의 첨탑인 미나렛 위로 올라가 직접 예배 시간임을 큰 소리로 외쳐 알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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