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초콜릿, 명품 초콜릿, 대표적인 최고급 초콜릿. 바로 벨기에의 초콜릿 브랜드로 유명한 고디바(Godiva)를 나타내는 수식어다.
1926년 벨기에의 조셉 드랍스(Joseph Draps)에 의해 탄생한 이 최고급 초콜릿은 '엿보는 톰Peeping Tom'의 유래로도 유명한 영국의 고디바 부인의 고사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덕분에 고디바 초콜릿의 로고에도 말을 타고 있는 발가벗은 여인이 그려져 있다.
이 감동적이면서도 우아한 귀족 부인의 이야기를 많은 예술가들이 글과 그림 등으로 남겼는데, 오늘날엔 최고급 초콜릿의 이름으로도 쓰이고 있는 셈. 최고급 재료와 최고급 기술, 최고급 포장- 한 마디로 명품 초콜릿 고디바에 어울리는 이름이랄까.
고디바 부인의 고사란, Peeping Tom 이야기가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영어 교과서나 문제집에서 한번 쯤 보았을 법한 이야기인 덕분에 아마 아는 사람이 많을 듯한 이야기인데-
1057년, 영국의 머시아 백작(Earl of Mercia)인 레오프릭(Leofric, 968~1057)은 당시의 불안한 정세에 대응하여 군비를 확충하고자 백성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려고 하고 있었다. 당시의 영국은 왕권이 불안정하여 대귀족이었던 고드윈(Godwin) 가와 국왕이었던 참회왕 에드워드 3세(Edward III, the Confessor)의 세력이 충돌하고 있었는데, 레오프릭은 고드윈 가에 대항하여 국왕의 편에 서고 있었다.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별 수 없이 세금으로 군비를 조달해야만 했었는데, 그래서 레오프릭의 영지였던 코벤트리(Conventry)에 무거운 세금이 부과되었다.
의를 지킨다면 그 대가로 세금 감면을 고려하겠다고 답한다. 설마하니 그 창피를 당할까며 제안한 백작이었지만 고디바 부인은 그 제안을 이행했다. 이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 감동하여 모두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쳐 그녀를 보지 않았다. 엿보는 톰의 이야기란, 모두가 그녀에게 경의를 표하였지만 오직 재단사 톰만이 몰래 창문 틈으로 그녀를 보았는데 그 벌로 톰은 두 눈이 멀게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전설'이며, 실재했던 일인지는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참조).
그러고보면 유명한 정복왕 월리엄 1세(William I, the Conqueror)가 고드윈 가 출신의 잉글랜드 국왕 해롤드 2세(Harold II, Godwinson)를 헤이스팅스(Hastings) 전투에서 죽이고 잉글랜드를 정복한 것이 1066년이니 고디바 부인의 일화는 정말 중세 시절 이야기다.
이 포스팅에서 이야기할 고디바의 제품은 지난 번 린트 엑셀런스 다크 씬스 초콜릿 70%, 85%에 이은 다크 초콜릿으로 고디바 다크 50%, 72%, 85% 제품이다. 총 48개가 들어 있는 이 세트는 50%와 85%가 15개씩, 그리고 72%가 18개 들어 있다. 초콜릿의 배열이 마치 체스판처럼 색이 구성되어 있는데 고급스러운 포장에 한결 멋을 더하는 느낌이다.
겉포장을 벗기자마자 초콜릿의 향기가 코를 가득 찌른다.
맛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50%의 경우에는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지만 확실히 맛은 있고-사실 코코아(카카오) 50%라는 비율 자체가 원래부터 내 취향에 그다지 맞진 않았지만 말이다- 72%의 경우 대단히 훌륭했다. 린트 70%보다도 훨씬 맛이 있었다. 물론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고디바의 다크 72%는 다크 초콜릿이라는 특징을 살리면서도 진한 맛을 잘 살린 훌륭한 초콜릿이었다.
85%의 경우에는 린트와는 다른 향미가 느껴져서 딱히 린트보다 낫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특히나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말이다. 흔히 말하는 '맛없는 다크 초콜릿' 으로 치자면 고디바 쪽이 더 진한 듯하고, 뭔가 입에 감도는 맛은 린트 쪽이 더 느껴지는 듯. 초콜릿이 손으로 집으면 단단하면서도 입속에 넣으면 부드럽고 진하게 녹는 게 참 맛있다. 두께도 두껍지도 않고, 너무 얇지도 않고 적당한 듯.
초콜릿 향미 외적의 요소를 살펴보자면, 50%가 조금 연한 갈색을 띄고 있다면, 85%는 매우 진한 갈색을 띔으로써 색상에 따른 농도 차이를 보여주고자 포장에도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초콜릿을 포장 색상(카카오 농도)에 따라 마치 체스판처럼 배열해놓은데다, 중간 중간 홈을 파서 손으로 꺼내 먹기도 편하게 만든 것이 좋았다. 가장 맛있게 느껴진 72%를 가장 많은 18개로 넣은 것도 좋았다. 고디바 역시 다크 초콜릿의 주력은 72%라는 건가?
Godiva Chocolate
한 마디로, 나는 다크 72%가 아주 좋았다.
단, 그만큼 가격이 비싼 데다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딱 한 조각에 1,000원을 넘기는 셈인 제품들도 널린 게 고디바고 보니(특히나 국내로 들어오면 해외보다 훨씬 비싸진다) 해외 출국시 면세점에서 사는 것이 가장 저렴하면서도 확실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이 포스팅한 제품의 경우 정확한 금액은 기억나지 않지만 면세점에서 35$ 정도였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