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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의 지게꾼 - 중국 황산에서
 중국 안휘성(安徽省) 황산(黃山)에 갔을 때 찍었던 사진이다. (날씨가 너무 좋지 않을 때 찍은 사진이라, 흑백 처리를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비가 쏟아지고, 정말 몇 미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두터운 안개까지 황산에 오른 나를 반겨주었다(?). 틀림없이 이 자리에 서서 앞을 바라보면 몽필생화(夢筆生花)라며 붓대처럼 솟은 봉우리와 그 끝의 소나무(원래의 소나무는 죽어서, 지금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소나무로 대체했다고 한다.)가 있어야 한다는데, 뿌연 안개밖에 보이는 게 없었다. 심지어 서해대협곡(西海大峽谷)도 마찬가지- 마치 하얀 벽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천하의 명산이라는 황산까지 갔는데, 아무것도 못 보고 그냥 온 셈이다. 비에 홀딱 젖은 건 덤이라 치자. 아, 그래도 시신봉(始信峰)에 오르니 시신봉이라고 써 놓은 글이 있었다. 그 땐 황산에 오긴 왔구나 했다. (덧붙이자면, 잠시 무협지에서 읽던 황산 시신봉이니 천도봉이니에 올라 깃발을 꽂아 어쩌고 하는 내용이 떠올랐었다.)

 산 위에서 그나마 찍었던 사진이 한 장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위에 올려놓은 북해빈관(북해Beihai 호텔, 北海賓館) 앞에서 지나가던 지게꾼을 촬영한 것이다. 황산은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등산객들이 하루 만에 그 풍광을 다 둘러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산 위에서도 편히 숙박을 할 수 있도록 현대적인 호텔을 비롯한 여러 시설들이 저 높은 산 위에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 쓰이는 물자를 지게꾼들이 저렇게 직접 나른다. 물론, 산 아래에서 저걸 다 들고 오는 것은 아니고 케이블 카로 올려보낸 것을 호텔까지 나르는 것이다. 케이블 카를 쓴다 해도, 몇 시간은 족히 무거운 짐을 메고 산을 올라야 한다.

 양 어깨에는 무거운 짐이 가득한 지게-사실 중국에서 쓰는 지게는 우리나라의 지게와는 생김새가 다르다. 이름을 몰라서, 그냥 지게라고 썼다.-를 메고, 비스듬히 목과 어깨 사이에 우산을 걸치고 빗 속을 걷는다. 그런데, 뜻밖에도 다들 발놀림이 가벼웠다. 심지어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가마꾼들도 있었는데, 그들 또한 빠르게 움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쨌거나, 별 것 아닌 사진이지만 고생해서 황산까지 갔는데 아무것도 못 보고 온 게 아쉬워서 그나마 한 장 있는 사진이라도 포스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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