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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여불급, 유공실지(學如不及, 猶恐失之)
 얼마 전,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서 공부를 하는 마음가짐에 있어,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달라고 하는 글을 보았다. 공부를 잘 하는 방법이라든가, 문제를 잘 푸는 방법 같은 것을 묻는 황당한- 사람마다 사고의 과정이나 능력이 다 다르고, 왕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질문이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마음가짐에 대해 묻고 있어 제목과 같은 짧은 댓글을 남겼었다.

 공부가 어렵고, 그래서 공부를 해도 잘 모르겠고, 설령 어찌저찌 다 읽고 안 것 같다 생각한 후에 다시 읽어보니 기억이 나지 않아 역시 공부가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끼다가, 어느 날 우연히 문제집 한 켠에서 보고선 너무 공감이 가 외우고 있는 문구- 학여불급이요, 유공실지니라. (學如不及, 猶恐失之)

 공자님 말씀인데, 배우기는 따르지 못할 듯이 배워야 하고, 배운 것은 오히려 잊어버리지 않을까 두려워하듯 해야 한다는 뜻[각주:1]이다.

 물론 교만치 말고, 겸손히 공부하라는 격언이지만,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공부가 너무 어렵고 방대해, 겸손해 할 여유도 없이 정말 배움은 따르지 못하고 배워도 잊어버리고 만다. 개인적으로 솔로우 모형이 어쩌고, MM 이론이 어쩌고를 낑낑대며 보다가 갑자기 MRS와 예산선이 그려진 그래프를 보니, MRS가 새롭게 느껴지는 안타까운 경험도 있었는데-_-;[각주:2] 그야말로 배우기는 따르지 못하고 있고 배운 것은 잊어버린 셈이다.

 문자 그대로의 뜻이 아니라, 원래 배움에 있어 겸손하라는 격언의 뜻을 새길 수 있게끔 공부가 잘 되었으면 좋겠지만,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아직은 저절로 배움이 따르지 못하고 또 잊어버린다.

 능력이 부족하면 그만큼 열심히라도 해야 할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요즘은 스톱 워치로 하루에 얼마나 공부를 했나 재어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그걸 해 보고 나니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이 어려움을 새삼 느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 외엔 도리가 없다.

 그러고보면, 따르지 못할 듯이 배우고, 잊어버리는 걸 두려워하며 공부하는 것은 또한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내일도 추운 겨울 날씨를 핑계삼아 주말에 쉰 만큼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하다보면 언젠간 학여불급이요, 유공실지니라라는 말씀의 뜻을 또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1. 인터넷 상의 여러 문서들 마다 해석이 조금씩 달라, 여기에서는 필자가 임의로 썼다. [본문으로]
  2. 혹 경제학에 관한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 분을 위해 비유를 하나 들어보자면, 미분을 공부하고 있는데 갑자기 근의 공식이 새로워보이는 격이랄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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