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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렌트리스 Relentless : Little Big Adventure I

RELENTLESS : Twinsen's Adventure

RELENTLESS : (Twinsen's) LITTLE BIG ADVENTURE

 얼마 전, 자전거를 타고 가다 문득 떠오르는 좋은 멜로디가 있어 흥얼거려보니 틀림없이 어디선가 아주 즐겨듣던 멜로디인데- 어디서 들은 것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곰곰히 생각하다 결국 집에 와서야 답이 떠올랐다. 그 멜로디의 정체는 바로 내가 어릴 적 아주 재미있게, 어쩌면 아주 근성있게 플레이했던 게임 [릴렌트리스 : 트윈센의 모험(Relentless, Twinsen's Adventure - Little Big Adventure I(이하 LBA1)]의 메인 멜로디!

 어릴 적 LBA1을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나 갑자기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 어디서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을까 검색하다보니 내가 어릴 때 구입했던 정품 CD를 버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났다. 한참 책상을 뒤진 끝에 CD를 찾아낼 수 있었다. 케이스의 먼지를 털어내고보니 표면에 인쇄된 유통사, 동서게임채널이라는 이름도 참 오랜만에 본다.

 90년대의 향수와 함께 인스톨을 시도하니 아니나다를까, DOS 프로그램이 XP 환경에서 제대로 될 리 없다. 별 수 없이 게임 디렉토리를 그냥 하드 드라이브로 카피하고 XP에서 LBA1을 구동할 수 있게 해 주는 LBAWin을 실행했다.

 Little Big Adventure라는 제목으로 알려져있는 이 게임은, 스크린샷을 보면 한 눈에 고전 게임임을 알 수 있는 그래픽인데- 무려 1994년에 발매된 게임이다. Adeline이라는 지금은 사라진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진 이 게임은 94년이라는 이야기가 무색할만큼 아주 뛰어난 (어디까지나 94년임을 생각하자) 그래픽과 사운드, 그리고 게임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시절에 3D 그래픽과 모든 텍스트에 대한 음성 지원, 동영상과 CD 배경음악을 갖춘 게임이 있었다고 한다면 바로 LBA1뿐이 아니었을까? 'CD-ROM'라는 타이틀조차 익숙치 않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당시 '새우깡'을 백 개도 더 넘게 살 수 있었을 거금을 들여 (정확히 말하자면 부모님께 조른 거지만) LBA1을 구매하게 된 이유는 한 PC잡지에 이 게임의 리뷰가 실렸었는데, 우연히 그걸 보고 한 눈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시로서는 정말 획기적인 그래픽도 그래픽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방대한 게임 배경과 플레이 필드가 백미였다. 초등학생의 넓은 세계, 미지의 세계에 대한 꿈과 동경, 탐험심의 발로라고 해둘까. (사실 이 성향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게임 배경 설명

게임의 시작과 동시에 나타나는 게임 배경 설명. 100% 음성 지원이 된다.



주인공 트윈센의 프리즌 브레이크! 게임 중에 등장하는 모든 대사가 음성으로도 나온다.


 인스톨도 무사히 끝났고, LBAWin을 이용하니 실행도 정상적으로 잘 된다. 아, 이 게임의 유일한 단점을 꼽으라면 너무 게임 내용이 방대해서 매뉴얼 없이는 공략이 어렵다는 점이다. NPC들의 대사를 음미하며 읽어야 스토리의 진행이나 힌트를 얻는데 한글화라고는 전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십여 년도 더 전에 엔딩을 보았던 그 기억과 지금의 영어 독해력을 믿고 매뉴얼 없이 'New Game'을 선택했다.

 그리고 여차저차해서(제법 게임 내용이 긴 관계로 생략!)....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엔딩 장면. 낯익은 도시의 NPC들이 반겨준다.



트윈센의 모험은 이렇게 끝이 날까? 그렇지 않다- 후속편인 LBA2가 있다!

  ....엔딩을 보게 되었다. 역시나 참 94년도 게임 치고는 너무 잘 만들었다.

 십 년도 더 된 옛 기억이 생각보다 더 잘 떠올라서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론 처음엔 그냥 배경음악만 들어보려고 인스톨한 것인데 시간을 좀 들여 엔딩까지 보다니- 게임이라고는 거의 하지 않는 요즈음에 비추어보면 시간을 낭비한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물론 더 큰 아쉬움은 마치 어린 시절의 환상처럼 남아있던 Planet Twinsun(게임의 배경 행성)을 다 커버린 눈으로 바라보니 꽉 차있던 무언가가 벗겨져버린 듯한 느낌이 떠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옛날같이 않다는 걸까.

 그렇지만 뭐 어떠랴, 잊고 있던 옛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YouTube에 올라온 LBA1 초반 게임 영상과 함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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