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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배우자 선택의 십계명
 역사적 사실에 관한 깊이있는 시야를 가지기엔 아직 아는 게 많지 않아, 가끔씩 사료를 접해보는 수준에서 관심 분야의 텍스트를 읽어보고 있다. 그래서 일전에는 프랭클린 D. 루즈벨트의 [민주주의의 병기창] 담화문을 번역해 포스팅한 바 있었는데, 이번에는 나치 독일이 선전했던 [배우자 선택의 십계명]을 우리말로 번역해 포스팅해 본다. 나치의 인종 정책-독일인에 대한-을 잘 엿볼 수 있는 사료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다만, 영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우리말로 옮긴 것이라 단어의 뉘앙스를 제대로 살렸을지는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nation은 나치즘과 연관된 National Socialism을 국가사회주의가 아닌 민족사회주의로 번역하고 있는 경우도 많음을 감안해, 국가가 아닌 민족으로 번역하였다.) 또, 전문을 다 옮긴 것이 아니라 주요 문장만 옮겼음을 밝혀 둔다.



1. 네가 독일인임을 기억해라.
- 너의 모든 것은 너 스스로의 것이 아니라, 네 민족의 것이다.

2. 네가 유전적으로 건강하다면, 너는 독신으로 남아 있어선 안 된다.
-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없으면서 독신으로 남아 있는 자는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고리를 끊는 자이다. 너의 삶은 일시적이지만, 가족과 국가는 영속한다. 네 아이들에게서 정신적이며 육체적인 유산이 부활할 것이다.

3. 너의 몸을 깨끗이 지켜라.
- 민족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성병으로부터) 네 건강을 잘 유지해야 한다. 몸을 가볍게 놀리지 마라. 네가 미래의 배우자에게 바라는 것을 네 자신에게 먼저 바래야 한다.

4. 너의 정신과 영혼을 깨끗이 지켜라.
- 네가 가진 특성을 지키면서, 그에 맞는 사람이 되어라. 

5. 독일인으로서, 배우자는 독일인이거나 북유럽 인의 혈통을 가진 사람 중에서만 선택해야 한다.
- 서로 체질이 잘 맞아야 조화로운 법이며, 다른 민족끼리 섞이게 되면 그렇지 않은 법이다. 행복은 같은 민족의 배우자와 결혼할 때에 가능하다.

6.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는 그 조상에 관해서도 알아보아라.
- 너는 너의 배우자하고만 결혼하는 것이 아니다. 그 조상과도 어느 정도는 결혼하는 셈이다. 나쁜 특성도 좋은 특성처럼 유전을 통해 이어진다.   

7. 아름다운 육체는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 건강이야말로 행복을 가져다주는 최고의 요소다. 네 배우자가 결혼해도 괜찮은지 건강진단을 받아보도록 하고, 너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 

8. 사랑만으로 결혼해라.
- 돈은 일시적인 소유물일 뿐,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신성한 사랑의 불꽃 없이는 행복 또한 생겨날 수 없다.

9. 그저 즐기기만 할 사람이 아니라, 결혼을 위한 동반자를 찾아라.
- 결혼이란 순간적인 놀이가 아니라, 스스로는 물론 민족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계속될 결합이다. 결혼의 의미는 아이를 낳고 후손을 기르는 데 있다. 

10. 너는 가능한 한 많은 아이를 갖길 원해야 한다.
- 아이가 많다면 민족의 가치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민족의 지속을 확실히 보장하게 된다. 

* 출전
S. D. Bachrach, D. Kuntz, Deadly Medicine: Creating the master race, United States Holocaust Memorial Museum, 2004, pp. 72.
M. Burleigh, Confronting the Nazi past: new debates on modern German history, Palgrave Macmillan, 1996, pp. 169.
A. Kitson, Germany, 1858-1990: hope, terror, and revival, Oxford University Press, 2001, pp. 187.
4  Comments
  • 굉장히 부담스러우면서도 뭔가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는 문구들이군요.

    민족 운운 하는 얘기들은 무시해야 되지만, 좋은 가치들은 곱씹어볼 가치가 충분하단 생각도 듭니다.
    • 그러고보니, 2007년에 독일의 한 TV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초청된 유명 앵커우먼인 Eva Herman이 (히틀러와 같이 나쁜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제3제국 시절에는 가족, 어머니와 아이들 같은 가치가 존재했었다며 제3제국의 가족 정책이 나쁘지 않았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었습니다.

      매우 부담스러운 주제라는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분명 문제가 많은 문구들입니다만- 우생학적 관점과 권위주의적인 가부장제, 여성의 역할이나 매우 강한 민족주의 등- 건강이나 사랑과 같은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이야기도 섞여 있으니까요. 그런 보편적인 가치야 말씀처럼 충분히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치가 주장한 가족 정책의 성격을 보면 결국에는 민족이 우선이고, 가족-어머니의 역할이나 심지어 사랑이나 건강같은 보편적인 좋은 가치조차도 그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아, 역시 민족 운운하는 이야기는 무시해야겠지요.
  • 희망의신
    유전적으로 건강하다면 독신으로 남아있으면 안된다
    나치 독일의 특성이 건강한 게르만민족의 유전자를 퍼트리고 보존해야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것 같군요
    이와 반대로 이의 조건에 충족되지 못하는
    유전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 장애인 학살 T4 계획등이 벌어져 수십만의 독일 장애인들이
    학살 된바 있어요
    다윈법칙의 적자 생존 약한것은 사라져야 된다는 비윤리성이 이런 비극을 만들어 낸것 같아요
    • 네, 나치는 민족주의와 우생학이 극단적으로 결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역사에 기록하게 만들었죠. 정화해야 할 대상에겐 강제적 불임 수술 등을 가하는가 하면, 레벤스보른(Lebensborn) 계획에 따라 우수한 아리아인을 만들어내고자 했죠.

      그런데 한 가지 오해하고 계시는 것이 있는데, 생물학적으로 다윈의 적자생존은 약한 것은 사라져야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에)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는 것일 뿐, 그 적합하다는 게 강하거나 약하거나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따라서 원래 다윈이나 적자생존에서 비윤리성을 도출할 수는 없죠. 적자생존의 개념에 대해 잘못 아시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것을 약육강식을 정당화하는 명제로 오해하게 될 때야말로 말씀하신 것 같은 문제가 일어나게 되죠.

      자연 환경에서 생물 개체의 진화에 관한 명제-적자생존-를 스펜서(H. Spencer)처럼 사회학 내지는 철학에까지 끌어들이다보니, 사회적 다윈주의라는 게 나타나게 되고 그로부터 오히려 원래의 적자생존의 의미가 잘못 알려진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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