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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버 카스텔 - 카스텔 9000 연필 (Faber-Castell, Castell 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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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필기구들이 넘쳐나다못해 전자식 키보드로 글을 쓰는 요즈음 시대에, 내가 가장 즐겨쓰는 필기구는 다름아닌 연필이다. 물론 깔끔함이 요구되는 노트 정리라든가, 답안지 작성 등에는 펜을 쓰지만, 이것저것 필기를 한다거나 하는 데에는 역시 연필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러고보면, 문제풀이나 하다못해 낙서를 할 때 연필만큼 편한 게 있을까?

 물론 항상 일정한 굵기를 보여주는 샤프도 있는데, 쓰다보면 뭉툭해져 굵어져버리는 걸 손수 깎아야하는 연필을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쓰는 이유는 뭐랄까, 연필의 감성이라 할까.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스러운 것들을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듯이, 예를 들면 값싸고 정확한 전자 쿼츠(Quartz)식 시계 대신 여전히 태엽을 감아 움직이는 기계식 시계를 찾듯이, 연필에도 아련한 감성의 느낌이 묻어난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연필들의 향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연필을 쓰는 건 단순히 그런 느낌 때문만은 아니다. 부드러운 필기감, 그리고 많이 쓰면서도 잘 닳지 않는 연필심, 쉽게 부러지지도 않고 손에도 잘 잡히는 그런 실용성을 충족하는 연필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이번 포스팅의 대상, 파버 카스텔의 카스텔 9000 연필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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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파버 카스텔(Faber Castell) 사는 1761년에 카스파르 파베르(Kaspar Faber)[각주:1]에 의해 독일에서 창립된 필기구 제조 회사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필기구 회사이자 최고의 연필을 만들어내는 회사로 유명하다. 만년필에 몽블랑(Montblanc)이 있다면 연필에는 파버 카스텔이 있다고나 할까. 저 멀리 괴테에서부터 귄터 그라스까지 파버 카스텔 연필로 글을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연필의 역사가 느껴지는 듯하다. 육각연필의 시초이자, 연필의 경도 체계를 비롯하여 수많은 연필의 기술을 확립해 귀족의 작위까지 '연필만으로' 받은 가문이고, 한 때 '파버'라는 단어가 연필의 대명사처럼 쓰였다고 하니 연필에 있어서 파버 카스텔이 가지는 의미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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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파버 카스텔의 수많은 연필들 중에서도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꾸준히 생산되어 오고 있는 제품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파버) 카스텔 9000이다.

1905년에 처음 세상에 나온 파버 카스텔 9000은 오늘날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베스트 셀러 모델이며, 이 연필 덕분에 파버 카스텔의 브랜드 컬러가 짙은 녹색으로 될 정도.


 파버 카스텔의 소개나 9000 연필의 유래는 이쯤하고, 연필 자체를 살펴보자면-

 앞에서도 말하였지만 연필심이 견고하면서도 부드럽다. 마구 휘갈겨쓰는데도 쉽사리 연필이 닳질 않아 다른 연필들에 비해 세필(細筆)을 유지하는 데 우수했다. 다른 연필들이나 샤프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부드러운 필기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종이 위에서 연필이 쓱쓱 굴러가는 느낌.

 연필이 가벼워 오래 써도 부담이 없고 손끝에 잡히는 삼나무의 촉감도 좋다. 연필의 외관은 보다시피 짙은 녹색인데 환경친화적 수성페인트로 도장되었다 한다. 사실 짙은 녹색이 세련되어 보이지는 않지만, 오히려 적당히 짙으면서 금박으로 씌어진 파버 카스텔의 로고가 잘 어울리며 연필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듯하다. 스테들러나 파버 카스텔의 다른 연필들에 비교하면, 게다가 가격대 성능비도 꽤 우수하다고 생각된다.

 나는 B심을 쓰는데 참 마음에 드는 'B심'의 느낌이다. 파버 카스텔 9000 HB심도 괜찮긴 했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HB보다는 B를 더 즐겨쓰다보니 여전히 B심이 더 좋다. B심만의 느낌은 HB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니까. 단, 이 연필에 단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오래 쓰다 보면 금박이 벗겨진다는 것이다.

 가격은 1개에 500원. 오프라인에서야 판매하는 곳이 많을테고, 온라인에서는 베스트펜을 추천한다. 파버 카스텔 코리아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직접 판매하고 있진 않다.
 
 9000 연필의 뒤에 지우개를 붙인 9001 연필도 있다는데, 우리나라에는 수입되고 있지 않다. 연필 끝의 지우개로 책상이나 책을 통통 두드리는 재미도 나름 쏠쏠한데. (시판중인 파버 카스텔의 다른 연필들인 그립 2001이나 퍼펙트 펜슬 등에는 지우개가 붙은 것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판매 중이다. 이에 대해 써 보면,

* 지우개가 달린 파버 카스텔 9000에 대한 이야기를 추가하여 이 글을 갱신하였습니다.
(갱신일 2008/03/04, 원본 작성일 2007/04/23)

 지우개가 달린 9000은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 그냥 9000이 500원이면, 지우개가 달린 건 670원이다. 지우개가 달리지 않은 9000에 익숙해서 그런가, 처음 지우개가 달린 9000을 잡았을 때는 뭔가 좀 어색했다. 뭐, 곧 익숙해지긴 했지만.

 일단 지우개의 색상이 흰색이라 막 굴리다 보면 때가 쉽게 탄다는 게 조금 아쉽고, 지우개의 탄력- 지우개 쪽을 아래로 놓고 연필을 떨어트리면 튀어오르는- 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통통 튀는 연필의 맛을 즐길 만한 탄력은 아닌 것 같다. 지워지기는 물론 잘 지워진다. 파버 카스텔 더스트 프리(Dust Free) 지우개와 비슷한 느낌. 
  1. Faber를 영어식으로 읽어 파버 카스텔이라 하지만, 독일의 이름이니만큼 여기에서는 독일어로 파베르라 인명을 표기했다. 연필 브랜드로서는 파버 카스텔로 잘 알려져 있으니, 파버 카스텔로 표기하고자 한다. [본문으로]
12  Comments
  • 비밀댓글입니다
    • 반갑습니다- 연필 좋아하신다니. 만년필도 좋아는 합니다만, 실용성의 탓인지 잘 쓰게 되진 않더군요. 써보고 싶을 만큼 개량(?)된 만년필들도 꽤 있긴 하던데, 아직 접해보질 못한게 아쉽네요. ^^;
  • 백재
    파버 카스텔의 트위스트 샤프펜슬 시리즈 강추하고픈걸요. 1.4mm 심으로 책에 줄긋기 놀이하기 적당한 듯 합니다.무게감이나.. 나무 감촉이나 말이죠.. 전 연필깎는데 소질이 없어서... ;;; 아날로그는 참 좋아합니다만은....
  • 안녕하세요 필기구 콜렉터 그라나도입니다.^^
    한가지 말씀 드릴 것이 있는데,
    파버카스텔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가 아닙니다.
    파버카스텔은 1761년에 설립되었고 스테들러는 1634년인가? 17세기 초에 설립된 회사입니다. (물론 스테들러의 법인 등록이 늦기는 했지만요)
    • 그렇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스테들러 연필도 좋죠. ^^

      찾아보니 프리드리히 스테들러가 연필을 처음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662년이고, 그 후손인 요한 세바스티안 스테들러가 회사를 세우고 제대로 연필 회사로서 시작한 것이 1835년이네요. (공식 홈페이지 History 참조)
  • 명작이란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집에 하나 선물 받은게 있는데 아직도 사용을 못 해 봤네요.

    얼른 해 봐야겠어요.
    • 단순 필기 용으로는 만족도가 꽤 높은 연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뭐랄까, 심의 강도가 강하다는게 실용성을 더해주는 거 같습니다.
  • 엘스윈드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에 젖어서 일부러 연필을 깎아 쓰는게
    두자로 줄이면 변태요 ㅎㅎ
  • 글 잘봤습니다 .^^

    육각형 연필의 시초
    현재 파버카스텔 社 의 대표색깔인 진녹색 등등...

    파버카스텔의 모든것들이 집약되어있는 연필이죠 ㅎ
    지금도 미술용·제도용 그리고 연필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연필중 하나입니다.
    서걱거리면서 부드러운 필기감은 파버카스텔 연필중에 보급형 연필이라는걸 잊게 해주는 필기감이죠.

    글 잘보고 믹스업하고 갑니다. ^^

    P.S. 믹스업이 없네요 ㅎㅎ;
    거듭 리뷰 잘보고갑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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