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199 TOTAL 2,460,802
오후의 기문(祁門, Keemun) 홍차.

기문 홍차, Wikipedia에서 퍼온 사진.

저 기문 홍차에 대한 소개부터 하자- 서양식 이름이 판치는 홍차의 이름들 속에 한문으로 된 이름을 가진 홍차가 하나 단연 눈에 띄니 이것이 바로 기문이다. 그나마도 국내에서 영어식 이름인 따 Keemun[각주:1]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기문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

기문이라는 이름은 이 홍차의 원산지인 중국 안후이성[安徽省(안휘성)]의 기문(祁門)이라는 곳에서 유래했다. 1875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 홍차는 곧 영국에 전해졌고, 다즐링(Darjeeling), 우바(Uva)와 함께 세계 3대 홍차라는 수식어가 붙는 홍차가 되었다. 특히 잉글리시 브렉퍼스트(English Breakfast)를 블렌딩할 때 자주 쓰인다.

기문 홍차의 가장 큰 특징은 과일향 같은 향기다. 그을음향이, 혹은 와인향이 느껴진다고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과일향이라는 표현에 한 표. 그리고 저장된 기문 홍차에서는 난향(蘭香)이 느껴진다고도 한다. 이 기문향은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나는 가향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기문 홍차는 독특하다. 아, 물론 기문은 클래식 티Classic Tea로 분류되지 가향차Flavored Tea로 분류되진 않는다. 그런데 그 향은 가향차를 떠올릴 수 있을만큼 특별하다. 그래서 굳이 이 두 가지 분류에 기문을 넣지 않는 서술도 있다.

그리고 기문의 찻색은 주황빛이다. 뭔가 그 향기와 어울린달까- 맛은 (항상 그렇듯) 글로 옮기기 쉽지 않다. 꽃의 느낌과, 은은함과 넉넉한 깊이감이 느껴진달까. 그리고 맛과 섞인 향이 서로를 보완한다.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느낌.

기문 홍차는 카페인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있고, 맛이 은은한 편이라 시음용으로도 종종 권해지고 있으며 한의학 쪽에서는 소음인에게 좋은 건강차라고도 한다. 품질이 아주 우수한 기문 홍차는 극품(極品, 禮茶), 상급인 것들은 특급, 중상급은 일급이니 하는 식으로 등급이 나누어지는데, 홍차 브랜드들에서 나오는 것들이나 중국에서 바로 가져오는 것들을 포함해 국내에서는 주로 특급품과 일급품이 유통되는 듯하다. 예전에 중국의 다점에서 본 가격표에선 특급이나 일급품은 가격 차이가 그렇게 안나는데, 극품은 그 차이보다 더 비쌌던 걸로 기억한다.

기까지 기문 홍차에 대한 소개- 그렇다면, 잠시 잊고 있었던 이 글의 제목, '오후의 기문 홍차'로 돌아가자. 나는 흔히 오후의 티 타임이라는 오후 4시 즈음엔 학교에 있어서 차를 마실 시간이 없지만, 그렇지 않고 어쩌다 방에서 빈둥빈둥거리고 있다면- 물론 휴일에나 가능한- 출출한데 간식도 곁들일 겸 홍차를 한 잔 해보는데 언젠가부터 이 때 즐기는 홍차가 기문 홍차가 됐다.

가장 큰 이유는 기문 홍차가 많이 남아있어서 재고 처리(?)를 위해서 소비를 하는 목적도 있지만, 기문은 아침에 마시기엔 느낌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오후에 접하면 그 향미가 마음에 드는데, 아침에 갓 일어나 그 향미를 접하면 뭔가 거부감이 들었다. 그리고 카페인이 적어 아침용 홍차에 블렌딩 목적으로 쓸 순 있겠지만 100% 기문을 아침용 홍차로 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멋대로 비율을 정해 아쌈, 실론, 기문을 블렌딩해서 브렉퍼스트 티로 우려내보았는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그러다보니 내겐 기문 홍차 하면 오후의 홍차가 되어버린. (아, 기린에서 나오는 그 '오후의 홍차'가 아니다-_-..)
  1. 현대 중국어로는 祁门Qi Men이라고 한다. Kee Mun은 기문의 옛 영어식 표기. [본문으로]
8  Comments
  • 하지만 기린에서 나오는 그 오후의 홍차는 저의 favorite tea지 말입니다?
    데자와보다 이천배쯤 낫지 말입니다?
  • 엘즈윈드
    커피가 낫지 말입니다 ㅋ
    • 사람마다 입맛은 다른 법이니- 커피도 가끔 마시면 괜찮던데, 난 커피는 설탕의 단 맛과 섞인 그 맛으로 마시는 사람이라.. 커피는 잘 모르겠다. ㅎㅎ (하지만 난 정작 설탕 안넣고 마시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 에또, 편들긴 싫지만 일단 객관적으로 오후의 홍차가 데자와보다 3배쯤 맛이 뛰어난건 사실임. (극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 물론 내 선호도는 고후 >>>> 넘사벽 >>>> 데자와. 하지만 문제는 가격도 고후 >>>> 넘사벽 >>>> 데자와라는거 ㅠㅠㅠㅠ
    • 바로 그것이 문제! ......
      예산선의 기울기만 봐도 이미 무차별곡선과의 접점은 데자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 (어?!)
  • 재화 1을 데자와, 재화 2를 오후의 홍차라 했을 때, 무차별곡선의 기울기(MRS12)가 가격선 P1/P2보다 상대적으로 높으니(P2가 워낙 높으니-_-), x1에 몰빵하는 모서리해(코너 솔루션)이 도출되는 것은 자명한 일..? ㅋㅋㅋ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