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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전격전의 전설(Blitzkrieg-Legende)
전격전의 전설(양장본) 상세보기
칼 하인츠 프리저 지음 | 일조각 펴냄
<전격전의 전설>은 최초의 대규모 전격전이자 혁신적인 전투로 기록된 1940년 서부전역을 다룬 책이다. 패배가 명백해 보였던 독일군이 승리하게 된 과정과, 신화처럼 전해 내려오는 서부전역의 실상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총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동안 '전격전'은 독일군이 치밀한 계획과 혁신적인 전쟁기법을 통해 서부전역에서 대승리를 이루어낸 전투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저자는 방대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실
 전격전(Blitzkrieg, 電擊戰)! 전격전! 전격전!

 이 익숙한 단어만큼 놀랄 만큼 신속하고 드라마틱한 전쟁을 잘 표현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1940년, 독일 국방군이 서부전역에서 보여준 전격전은 불과 단 6주 만에 세계 최강이라 할 수 있었던 영국과 프랑스의 연합군을 (그것도 마지노Maginot 선을 끼고 있는!) 격파하고 전역을 종결시켜버린 '현대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승리'[각주:1]이자 거대한 충격[각주:2]이었다. 그 덕분에 오늘날 우리의 일상에서도 '전격적으로~'라든가,  '전격 XX!' 같은 표현들을 흔히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각주:3] 전격전이 끼친 충격은 참으로 대단하다 하겠다.
 
 하지만, 정작 이 전격전이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전격전은 3대 요결로서 '3S', 즉 기습, 속도, 화력의 우위를 갖추어야 했다. ... 공군은 제공권을 장악하고 ... 전차, 자주포, 차량화된 보병, 공병 및 병참지원부대가 제병협동으로 적의 방어가 약한 전선의 좁은 정면에 대해 기습적으로 집중공격하여 돌파구 형성 ... 기갑부대가 이 돌파구로 신속하고 종심 깊이 침투하여 적의 주공을 차단, 포위하여 ... 포병의 지원을 받는 보병이 기갑부대와 연결작전 후 차단, 포위된 적을 소탕 ... 하여 무적 독일 국방군Wehrmacht의 신화가 창조됨. [육사 전사학과, 세계 전쟁사(일신사, 1996), pp. 303-307]

 위와 같은 견해가 통상적으로 잘 알려진 전격전에 대한 설명일 것이다. 이 외에도 한 국제정치학자는[각주:4] 히틀러는 치밀한 작전 계획을 미리부터 준비하였으나 연합군은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패배하였다며 전격전을 군사적 차원보다는 정치적 측면에서, 특히 히틀러의 정치 전략에서 탄생한 결과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묻는다면 독일군이 월등한 전력의 기갑부대로 그렇지 못한 연합군을 물리친 것이 전격전이 아니냐는 대답이 흔할 것이다.

 저자 칼 하인츠 프리저(K. H. Frieser)는 이 '전격전의 전설'을 통해 바로 그 세계 전사(戰史)상 최고의 기습인 1940년의 '전격전'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그가 밝혀낸 전격전의 실체는 지난 60여년 간 알려졌던 전격전에 대한 이야기를 송두리째 바꿔놓을만큼 충격적이다- 독일군 내부에서는 전쟁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음은 물론, 전격전의 핵심인 '지헬슈니트 계획(Sichelschnitt, 낫질 작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더더욱 높았으며[각주:5] 심지어 독일군의 전쟁 준비는 턱없이 부족했고- 1939년 9월 3일, 히틀러는 영국, 프랑스와 전쟁을 할 생각도 준비된 계획도 없었다-  독일군이 자랑하는 기갑부대의 전차들은 영국, 프랑스의 전차에 비해 수가 적음은 물론 성능이 확연히 떨어지는[각주:6] 것이었다.

 한 마디로 독일군은 총체적인 난국 속에 있었으며, 1940년, 히틀러는 물론 전격전을 성공시킨 주역인 구데리안(H. Guderian)조차 공세의 성공을 '기적'이라 불렀을 만큼 이 승리는 놀라운 것이었다. 그렇다면 서부전역의 승리- 이 '기적'은 대체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칼 하인츠 프리저는 혼란 속에서 시작된 1940년의 서부전역이 어떻게 위대한 '전격전의 전설'로 남게 되었는지를 그 시작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칼 하인츠 프리저는 독일 현역 육군 대령이자 독일 연방군 군사사연구소(MGFA)의 저명한 군사사 박사로서 풍부한 자료와 치밀한 해석으로 그동안 잘못 알려져 왔던 전격전을 재조명하였다. 그 내용의 깊이가 깊은 만큼,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라면 읽기에 쉽지만은 않을 책이다. 하지만 컬러 지도와 사진 등의 풍부한 시각적 자료와 마치 재미난 전쟁 소설 (특히 롬멜E. Rommel의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을 읽는 듯한 글은 더욱 흡입력을 가지며 1940년의 서부전역을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작전술적 내용뿐만 아니라 독일군 내부 사정이나 의사결정 시스템, 연합군 내부의 반응 등 그 동안의 텍스트들에서 소홀히 다루어왔던 측면의 내용들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책의 가치를 더한다.

 그리고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역자인 진중근 대위의 매끄러운 번역이다. 좋은 번역의 이 책의 한국어판을 더욱 빛나게 한다. 현역 기갑장교이자 독일 유학 당시 직접 아르덴 삼림지대를 답사하였다는 진중근 대위의 훌륭한 번역 덕분에 전격전의 전설이 한국어로도 완성도 높게 출간될 수 있었을 것이다.[각주:7] '전격전의 전설'의 감동을 느끼게 해 주신 진중근 님께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결론적으로 요약하자면,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독일군이나 전격전에 대해 감히 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별 점수를 매긴다면 당연히 5개 만점이요, 전쟁사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필독을 권하고 싶다. 나는 채승병 님의 '전격전의 실체는 무엇인가' 등의 글을 통해 이 책의 존재를 접하고 한국어판이 출간되기를 기다려왔는데, 다른 분들의 말마따나 만족을 넘어 감동이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괜한 사족이 될 것 같아 이만 글을 줄인다. 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것. 정가 38,000원.

 원제 : Blitzkrieg-Legende : der Westfeldzug 1940.
  1. 리델 하트B. H. Liddell Hart. 전격전의 전설, 30p. [본문으로]
  2. 배리 피트Barrie Pitt는 이를 전쟁사에서 비견할 대상이 없는 군사적 재앙으로, 코헨E. A. Cohen 등은 '그리스의 멸망'에 비유했다. 전격전의 전설, 30p. [본문으로]
  3. 출판사 서평 중. [본문으로]
  4. 김용구, 세계 외교사(서울대학교 출판부, 2005). [본문으로]
  5. 훗날 2차 대전기를 넘어 20세기 최고의 명장이라는 극찬을 받게 되는, 지헬슈니트 계획을 입안한 장본인인 에리히 폰 만슈타인E. von Manstein 소장은 이 '황당한' 작전 덕분에 좌천당하기까지 했다. [본문으로]
  6. 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어떤 요소를 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본문으로]
  7. 클라이스트 기갑집단이 클라이스트 기갑군이라 번역된 것 등, 약간의 사소한 문제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훌륭한 수준의 번역이다. 특히 번역된 글임에도 번역체 특유의 억지스러움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명사의 번역 문제 등은 http://panzerbear.blogspot.com/2008/01/blog-post.html을 참조. 2쇄에서는 이 문제들이 수정될지도? 그러고보면 한국어판 표지의 4호 전차는 장포신인데, 1940년 서부전역에서의 4호 전차는 단포신이었다는 점이 옥의 티랄 수 있겠다. [본문으로]
11  Comments
  • 하라는 루프트바페는 안하고!
  • lswind
    승리의 독일군!! ㅎㅎ
  • 진중근
    안녕하세요? 진중근 대위입니다.
    귀하의 분에 넘치는 평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 헉; 여기까지 오셔서 댓글을 남겨주시다니- 제가 다 감격스럽습니다. 사실 제 서평의 대부분은 (제 생각을 짧게 서술한 부분 외에는 사실 전부가) <전격전의 전설>에 수록되어있는 글을 그대로 인용한 것에 불과합니다- 워낙 책에 실린 글들이 명문이라 이 이상으로 잘 소개하기도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대단찮은 글에 들러 주심에, 좋은 책 보여주심에 또 감사드립니다.
    • 깜짝놀랐습니다.
      작년에 단 댓글에 이제야 댓글을 달아보지만 도서관에서 우연히 님의 이름을 보고 놀라서 댓글을 달아봅니다.
      경력을 보니 직업군인로서의 코스를 이어나가고 계시군요.. 계속 관운과 복록이 이어지기를 빌겠습니다.

      누구나고요? 대위님과 고등학교 1 3학년을 같이 보낸 사람입니다. 종친이기도하고..
  • 비밀댓글입니다
  • 저도 한 창 읽고 있는 중인데, 정말 진중근 대위의 매끄러운 번역이 참 마음에 듭니다.
    기존의 번역서는 비전공자들이 기계번역하듯 해놔서 도통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었죠.
    이 책 읽으면서 1940년 5월 4일 당시의 상황은 한편의 코미디라고 밖에는 할 수 없겠더군요.
    250km의 교통정체며 공수부대끼리의 혼선 등등...
    물론 요즘과 같은 최첨단의 정보통신기술이 더해졌다면 덜 했을 수도 있겠죠.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인 것처럼 당시 독일군이 보여준 임기응변능력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오죽했으면 프랑스의 재기가 독일인에게 넘어갔다고 한탄했을까요.^^
    그러면서도 정말 중요한 점은 그러한 임기응변도 철저한 사전준비와 임무에 대한 체득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이죠.
    간만에 제대로 된 번역과 최고의 내용으로 가득한 책을 보고 있습니다.
    • 네, 저도 번역서는 껄끄러운 구석이 있어 불편해한 적이 더러 있는데- 특히 2차대전사같이 역사나 독일어 등에 대한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필요한 경우는 더하지요- 이 경우에는 읽기가 참 편해서 좋았습니다.

      독일군의 재기를 이야기하시니 문득 전격전의 전설의 마무리 부분이 떠오릅니다. 독일군의 발랄한 재기도 대전 후반으로 갈수록, (히틀러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부작용만한 것도 없었겠지만) 독일군 장성의 예를 들면 1944년 노르망디에 대한 독일군의 대응-이 지역에 대한 방어를 담당하고 있던 롬멜 원수가 부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독일에 간 사이, 그를 대리하고 있던 슈파이델 소장의 결정-이라든가, 여러가지로 독일군도 혼란된 모습을 보여주게 되지요.

      그만큼 전세가 좋지 않으니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전격전의 전설을 쓴 프리저 대령의 말처럼 결국엔 거대한 인력과 경제력 앞에선 발랄한 재기도 한계가 있었던 셈입니다.

      도입에서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알찬 책이었습니다. 즐거운 독서 되십시오. ^^;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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